작탁에서 역만 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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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큐어를 보내며 - 허긋토 프리큐어 애니


들어가기전에

이 글은 허그프리에 대해 별로 좋지 않은 이야기만을 하는 글임을 먼저 밝혀둡니다. 재밌게보신 분, 감동하신 분은 괜히 이런 글 읽으며 기분 나빠하지 마시고 그냥 뒤로가기를 누르시는걸 추천합니다. 사람마다 어떤 작품을 보는 평가의 기준과 감상은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적어도 저에게 허그프리는 결코 칭찬을 할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반론을 하셔도 아마 서로 납득하지 못하고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만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누군가에겐 좋은 작품도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냥 이런식으로 보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의 감상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이 글도 쓸까 말까 많이 망설였습니다. 보통 작품을 칭찬하는 감상은 서로 좋게 좋게 이해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드물지만, 안좋게 평가하는 감상은 아무래도 재밌게본 사람들의 반발을 사기 때문에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요. 그런걸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남의 시선이 무서워 솔직한 감상을 이야기하지도 못하는 것도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허그프리를 보며 느낀 분노를 어디다 마땅히 풀곳도 없고 해서 이렇게 감상으로나마 해소를 해야 분이 좀 풀릴 것 같아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지난 일년간을 달려온 허그프리. 비단 프리큐어 시리즈뿐만 아니라 어떤 작품을 좋아하며 찾아보는 팬들은 전부 개개인마다 그 작품에서 뭔가 기대하는 것이 있기 때문일거라 생각합니다. 기대하는게 없는 작품은 관심도 없겠지요. 제가 개인적으로 프리큐어 시리즈를 좋아하고, 매년 챙겨보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 시리즈가 '여아들을 위한 작품'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제작진도 '프리큐어를 어른들을 위해서 만들면 여아들도 자기들을 위한게 아니라는걸 알게되고, 어른들마저 안보게 된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여아들을 위한 작품'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으며, 저 역시 그런 점이 이 시리즈의 최대 매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분들은 왜 프리큐어를 보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키라프리 감상 때도 말했지만, 여아들을 위한 시도라면 까짓꺼 육탄전을 빼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주고 세상을 지켜주는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라는 큰 틀만 유지한다면, 그 안에서 육탄전을 빼든 말든 크고 작은 변화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습니다.

허그프리도 초반에는 그런 시리즈의 분위기를 잘 계승해서 아주 재밌는 작품으로 전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진행되는 작품 중간중간에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들이 있더군요. 가장 먼저 맘에 안들었던 부분은 초대가 등장하는 편이었습니다. 독립된 작품에서 굳이 초대가 등장해야하는 이유는 없거든요. 초대가 등장한건 어디까지나 작품 내적으로 필요해서가 아니라, 작품 외적인 문제였지요. 15주년 기념작이라는 타이틀로 가을 극장판을 올스타즈로 기획하면서 그에 대한 홍보와 캐릭터 소개차 초대를 넣은거니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상당히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딱히 초대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작품 외적인 이유로 작품 내용이 왔다 갔다 한다는 상황 자체를 안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올스타즈 기획 같은건 그냥 그런 목적으로 만드는 극장판이나 이벤트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굳이 독립된 작품의 스토리와 설정을 무시해가며 억지로 전작의 캐릭터들을 등장시킬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작품 내적으로 전작의 캐릭터들이 등장할 개연성을 미리 확보해 놓았다면 또 이야기가 다르지만, 허그프리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기가 하규~하니까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졌거든요. 이런 어거지 등장이 상당히 맘에 안들었습니다. 그래도 일회성 기획이니까 뭐 넘어가자. 하고 넘겼는데, 왠걸, 극장판 개봉시기가 다가오니까 아예 전 시리즈를 등장시켜 버리더군요.

뭐 이쯤되니 태클거는게 바보 같이 생각 되더군요. 그래 이왕 홍보할꺼 확실하게 해라~ 이런 심정으로 전작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그냥 본편에서 없는 취급을 하는 수 밖에요. 꼭 필요해서 등장한 것도 아닌 전작 캐릭터들을 세계관에서 납득이 가게끔 녹여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오랜만에 얼굴보니 반갑고, 이왕 얼굴 도장 찍은거 영화가 히트했으면 좋겠네~ 뭐 이런 심정요.

작품 내적으로 보면, 겨우 간부 하나인 트라움을 상대할 때는 전작 프리큐어들이 전부 나서서 힘을 빌려주더니, 그보다 더 위험한 최종결전 때는 쌩깐게 되잖습니까. 말이 안되잖아요. 물론 그때는 트라움의 발명품 때문에 시공이 어쩌고~ 뭐 이유를 붙이려면 얼마든지 붙일 순 있겠지만, 그 트라움이 아군화한 최종 결전때 그 발명품 또 쓰면 안된다는 법도 없잖아요. 이렇듯 전작 캐릭터들의 등장은 작품 내에서 원활하게 설명할 수 없는 작품 외적인 요소입니다. 전 그런점이 맘에 안들었다는 거고요. 하지만 이때까지만해도 그냥 특별 이벤트 취급하면 되지. 이렇게 생각하며 좋게 넘겼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화가난 건 이후에 등장한 에피소드 때문입니다. 바로 큐어 앙피니요.

큐어 앙피니 자체는, 그전까지 크라이아스사로 흑화할 것처럼 복선을 깔아뒀던 앙리가, 사고를 당하는 더 큰 절망속에서도,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작품의 메세지를 강조하듯 프리큐어가 됨으로써 그동안 깔아둔 복선에 반전을 선사하며, 메세지까지 전해주는 좋은 연출이었다고 볼 수는 있지만, 그건 제 기준으로는 절대 나와선 안되는 장면이었습니다.

여기서 맨 먼저 제가 프리큐어를 보는 이유로 돌아가 봅시다. 전 이 글을 시작하며 프리큐어 시리즈는 '여아들을 위한 작품'이라는 점이 좋아서 본다고 말하며 시작했습니다.

프리큐어 시리즈에서 프리큐어란, 여자아이들이 되고 싶어하고 닮고 싶어하고 감정이입을 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프리큐어로 변신할 수 있는 변신기, 프리큐어들이 사용하는 무기 장난감을 가지고서 실제 프리큐어가 되는 놀이를 하는 것이고, 만드는 쪽에서도 그렇게 여아들이 좋아해주며, 따라하기를 바라며 만들기에 프리큐어는 여아들을 위한 애니라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럼 여기서 여아들을 위한다는 말뜻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무언가를 위한다'라는 말은, '그 외 다른 것은 배제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널 위해 준비했어. 라는 선물이 있다면, 그 선물은 오롯이 받을 그 사람이 쓸 것만 상정하고 준비한 물건이라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선물에 '혹시 다른사람이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네가 안 쓰는 기능도 일단 넣어놨어.'이렇게 덧붙인다면, 그 순간 이미 그 선물은 오롯이 '널 위한 선물'이 아니게 된다는 말입니다.

허그프리는 아이들에게 '뭐든지 할 수 있어, 뭐든지 될 수 있어'라는 메세지를 외치는 것까진 좋았지만, 뭐든지 될 수 있으니까, 남자도 프리큐어가 될 수 있어. 라는 말까지 해버렸습니다. 여아들을 위한 작품이라면서, 메세지의 주어에 여아가 아닌 남자를 들먹인겁니다. 큐어 앙피니가 외치는 남자도... 라는 메세지는, 주어가 여아들이 아닙니다. 여아들을 위한 작품이라면서 여아가 아닌 남자에게 메세지를 전하고 있는 겁니다. 이건 핀트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 됐어요.

비유를 하자면, 여자아이들이 프리큐어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재밌게 프리큐어 놀이를 하고 있는데, 남자애가 달려와서 뭐든지 할 수 있고, 뭐든지 될 수 있잖아, 나도 프리큐어 할래. 이러면서 끼어드는 꼴입니다. 여아들이 감정이입을 하는 대상인 '프리큐어'에 남자가 포함되는 순간, 더이상 프리큐어는 오롯이 여아를 위한 작품이 아니게 됩니다.

허그프리는 그 전부터도 미묘하게 성평등을 이야기하는 듯한 묘사가 많았습니다. 성평등 좋죠. 외치지 말라는게 아닙니다. 전 지금 메세지가 옳으냐 그르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낄끼빠빠. 말할 대상과 장소를 구분하라는 말입니다. 현실적으로 '프리큐어'는 여아들이 동경하고 되고 싶어하는 존재라고 했을 때, 여기에 남자가 들어갈 공간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프리큐어는 오직 여아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컨텐츠이기 때문입니다. 성인팬, 남자팬 물론 있지요. 하지만 그들을 위해 만드는 작품인건 아닙니다. 여아들을 위해 만든걸 그냥 어른들도 보는 것일 뿐이지요.

성평등을 외치면서 남남커플, 여여커플 같은 PC요소를 넣는건 상관없습니다. 여자도 남자를 지켜줄 수 있고, 남자라도 보호 받을 수 있어요. 여아들이 보는 프리큐어에 게이커플이 나와선 안된다 이런말을 하는게 아닙니다. 하든말든 상관없어요. 어른들이 보기에 게이커플, 레즈커플이라고 하는거지, 실제 여아들은 그런거 잘 모릅니다. 그냥 친구사이라고만 받아들일테죠. 프리큐어에 어떤 성평등적 메세지를 넣어도 상관은 없으나, 절대 침범해선 안되는 영역이 바로 프리큐어 그 자체입니다.

프리큐어는 작품의 주어인 여자아이를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여기에 남자가 끼면 안됩니다. 왜! 여자아이들을 위한 작품이니까! 여자아이들 보라고 만드는 프리큐어니까!

여아들을 위해, 여아들보라고 만드는 작품에, 남자에게 외치는 메세지를 넣을 이유도, 필요도 없다는 말입니다. 여자를 위해 만든 여성화장실에, 성평등을 외치며 남자 소변기를 설치한다고 해봅시다. 여성화장실에 남성소변기가 설치되는 그 순간. 더이상 그 화장실은 '여성화장실'이 아니라 그냥 '공용화장실'이 될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무언가를 위한다는건, 원래 배타적인겁니다. 다른건 포기한단 말이에요. 여아를 위한 작품이라면 오직 여아만을 보고 말하면 되지, 다른 주어를 끼워서는 안됩니다. 다른 주어가 끼어드는 순간, 더이상 여아를 위한다는게 아니에요.

큐어 앙피니때 너무너무 화가 났는데, 제작진은 한 술 더떠 최종결전에선 아예 모든 사람을 프리큐어로 만드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아깐 여자애들 노는데 남자애가 난입하더니, 이젠 아줌마 아저씨도 프리큐어 시켜달라고 난입하고 있어요.

이건 그냥 모든 사람에게 뭐든지 할 수있고 뭐든지 될 수 있으니까 열심히 살아라!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말 자체는 좋네요. 모든 사람을 응원을 하는 작품이라니 스케일도 크고 좋아요. 그 부분을 보면서 감동한 어른이들이 많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른이들을 직접적으로 응원해주는 작품이라니, 지금까지 어른이라서, 남자라서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프리큐어가 될수 있다고 말해주다니 정말 멋진 작품이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요.

네 말만 놓고 보면 정말 좋은 말입니다. 주어에서 정작 여아들이 밀려나버린 것만 빼면요.

뭐든지 할 수 있어, 뭐든지 될 수 있어는 작품 내적인 메세지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간 성평등. 남자도 아줌마도, 아저씨도 누구든 프리큐어가 될 수 있다는 메세지는 작품 외적인 메세지입니다. 그래서 주어가 작품내의 대상인 여아들이 아닌 작품 외적인 남자와 어른들을 향하고 있는 거지요.

바로 이 점이 너무너무 화가 난다는 말입니다. 왜 프리큐어를 여아들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주체를 향한 메세지를 끼워넣어 만드냔 말입니다.

이렇게 제작진이 여아들을 뒷전으로 본다는 느낌을 받은 순간, 전 허그프리를 온전히 좋아할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제 불만은 마지막회에서 완전 폭발해버리게 되었는데요. 커뮤니티에서도 꽤나 화제가 되었던 바로 그 씬. 하나의 출산 장면 때문입니다.

프리큐어가 결혼할 수 있어요. 임신도 할 수 있고, 애도 낳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프리큐어 보며 노는 아이들이지만 언젠가는 커서 결혼도 하고, 애도 낳겠지요. 그건 너무너무 자연스러운 자연의 섭리니까 그 점을 비판하는게 아닙니다. 제가 비판 하고자하는 포인트는 왜 굳이 분만실까지 카메라를 집어 넣었냐 하는 점입니다.

의도? 좋을수 있지요. 어머니는 이렇게 위대하다. 이런 고통을 견디고 아이를 낳는다. 어머니들은 자신의 아이를 이렇게나 사랑한다. 메세지적으로 해석하면 뭐 얼마든지 좋은 의미로 해석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 지금 의도가 잘못됐다는 말을 하는게 아닙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걸 꼭 굳이 여아들에게 보여줬어야만 했냐라는 말입니다.

사실을 보여주는 것 뿐인데 뭐가 나쁘냐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겠지요. 그럼 상황을 좀 바꿔보겠습니다. 프리큐어의 대상 연령인 미취학 여아들이 만약 '산타 할아버지는 없나요?'라는 질문을 했다고 해 봅시다. 당연히 없다는거 어른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질문을 하는 아이에게 '응, 없어'라고 사실대로 말해줄 수 있겠습니까? 적어도 전 못합니다.

아이에게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지켜줘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나가 엄마가 되는건 좋습니다. 허그땅과 실제 모녀였다는 전개도 괜찮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낳는 장면까지 넣을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도 아기를 낳는 것에 관련된 프리큐어 에피소드는 종종 있어 왔습니다. 하트캐치에서 언니가 되는 아이 에피소드라던가, 스마일에서 나오의 동생이 태어나는 에피소드들요.

하지만 그런 에피소드에서도 분만실까지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그냥 아이가 태어난 결과만 보여주면 충분하거든요. 허그땅이 하나의 아이라는걸 보여주고 싶었으면, 마찬가지로 막 태어난 허그땅을 안고 하나가 이름을 지어주는 씬만 보여주거나, 아예 몇년더 후 씩씩하게 학교에서 돌아오는 허그미를 하나가 다정하게 집에서 맞아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유연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하나의 남편이 조지인게 99%확실하긴 하지만, 의도적으로 제작진이 일부러 안보여준 것 처럼, 분만실 씬도 얼마든지 암시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굳이 애는 이렇게 태어나는 거다. 라며 고통스러워하는 하나를 보여줄 필요까진 없다고요. 그리고 그 장면은 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큰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공식의 발언은 매우 중요합니다. 실존하지 않는 창작물의 경우, 작품속에서의 묘사, 공식제작자의 발언이 바로 진실이 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꽤나 떠들썩했었던 오버워치의 예를 들면, '저기 솔저가 전우 사진 보는 눈빛이 너무 애틋하던데, 사실 솔저 게이 아니냐?', '그러넼, 솔저 게이였넼' 작품안에서 나오는 묘사 하나를 확대해석해서 이렇게 드립을 친다고 했을때, 솔저가 게이가 아니라고 생각할 때는 얼마든지 웃으면서 드립으로 생각하고 농담으로 받아넘길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블리자드에서 '솔저는 게이가 맞습니다.'라고 발표를 해버렸습니다. 그럼 더이상 저 드립은 드립이 아니게 됩니다.

무슨말이냐면, 공식의 태도에 따라 팬들의 운신의 폭이 제한된다는 말입니다. 공식의 한마디로 인해 그 전까진 농담이던게 농담이 아니게 될 수 있습니다. 프리큐어 시리즈는 여아들이 보는 거라지만 실상 어른팬들도 상당히 많고, 그런 어른들을 대상으로 묘사하기조차 민망한 책이나 그림들도 많이 2차 생산되고 소비되고 있습니다.

이전 시리즈까지는 그런 책을 봐도 전혀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보는걸 그렇게 묘사하냐며 화를 내지도 않았습니다. 어차피 그런 책들은 아이들 보라고 만드는 것도 아니고, 어른들 대상으로 어른들 소비하라고 만드는데 내용이야 뭐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그런 책에서 프리큐어들이 아무리 정액에 중독된 암퇘지로 그려진다고 해도, 공식적인 프리큐어는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 마음속에서 선을 확실히 그을 수 있었습니다. 이건 2차 창작일뿐인데 뭐라 하든 뭔 상관이야. 이럴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허그프리의 하나만큼은 제 속에서 그 경계선이 무너져버렸습니다. 임신해서 산달이 된 배. 분만실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이런걸 공식에서 직접 보여줘버렸습니다. 성인 팬층에서는 당연하다는듯 하나 임신을 소재로 하는 2차 창작물이 쏟아져나오는데... 이번만큼은 제 속에서 아니 공식의 하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라고 선을 그을 수가 없습니다.

대학생 조지가 중학생인 하나를 건드리는 그림이라던가, 유부녀인 하나가 NTR로 허그미를 임신하는 그림이라던가... 온통 보기 싫은 그림들이 흘러넘치는데, 전같았으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전혀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물론 하나는 순수하게 사랑을 하고 그 결실로서 허그미를 낳은거겠지만, 그 장면을 봐버린 이상, 의식적으로 그 선이 확실히 그어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냥 어느정도 성장한 허그미와 행복하게 살고 있는 하나를 에필로그로 보여주는 정도였다면 이런 생각이 전혀 안들었을겁니다. 안 찾아보면되지 자기가 찾아보고 왜 난리냐고 말이 나올수도 있겠지만, 보려고 억지로 찾지 않아도 돌아다니다보면 자연스럽게 보이니까 미치겠다는거지요.

사실을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어마어마한 차이입니다. 총에 맞으면 사람이 죽는다. 이런 사실은 누구든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실제로 눈앞에서 사람이 총맞아 죽는걸 본다면, 아무리 알고 있다고 해도 정신적 충격을 안 받기는 힘들 것입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하는 캐릭터 쇼의 마스코트 인형들,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연기하는거라는거,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굳이 그 안에 누가 들어가 있는지 인형탈을 벗어서 보여주진 않습니다. 그걸 벗어버리는 순간, 더 이상 그 캐릭터 인형은 캐릭터가 아니라, 그 사람 얼굴이 떠올라 버리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을 위한 테마파크를 지향하는 디즈니랜드에서는 아예 스크린 영상에 애니메이션 미키가 나오는 타이밍에는 퍼레이드 하던 미키 마우스의 캐릭터 인형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미키가 둘이라는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이유로요.

진짜 아이들을 위한다는건 바로 이런겁니다. 다른 무엇보다 아이들을 제일 우선으로 생각하고,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 아이들에겐 좀 편협해도 괜찮아요. 아이가 좀 못생겼어도 우리 왕자님, 공주님해주고, 때로는 산타는 있단다. 라고 거짓말도 해줘도 괜찮습니다. 아이에게는 사실의 전달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길게 떠들었지만 이번 허그프리는 여아들을 위한 프리큐어 시리즈에서 정작 여아들을 뒷전으로 돌리고 제작진이 작품 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더 강조한 시리즈 입니다.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과유불급.

아이들에게 뭐든지 할 수 있어 응원만 해주면 충분한데 거기다가 괜히 남자도, 어른도 프리큐어가 될 수 있다며 덧붙일 필요가 없는 말을 덧붙이고, 아기가 태어나는 분만실까지 카메라를 넣어서 굳이 아이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집어넣는 행위가, 정말 여아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넣은 장면들일까요? 제작진이 자기들 고집으로 억지로 집어넣은 장면인게 아니라요?

제눈에는 그런 고집이 절대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작품적으로 허그프리는 그럭저럭 잘 만든 작품일 순 있으나,  전 절대 좋은 평을 내릴수도, 즐겁게 감상할 수도 없었던 작품입니다.

차라리 작품적으로는 허술했지만, 여아들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즐겁게 놀라고 말을 해준 마호프리가,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라는 메세지를 주었던 고프프리가, 비록 꿈은 없어도 좋아하는걸 열심히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는거라는 격려를 해주었던 키라프리가 훨씬, 훨씬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별 시답잖은 이유로 싫어하네. 라는 생각을 하실분 있을것으로 믿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보죠. 키라프리는 제작진이 대놓고 육탄전을 배제하겠다고 선언했었습니다. 그래서 아니 프리큐어에서 육탄전을 뺀다는게 말이돼? 라는 반응도 있었지요. 어떤 팬이 육탄전이 안나오는 프리큐어는 프리큐어가 아니야.라고 하며 키라프리를 싫어한다고 해봅시다. 아니 겨우 그걸로 싫어해? 할수도 있지만, 당사자가 프리큐어는 초대부터 육탄전이 아이덴티티였다. 그걸 버린 키라프리는 프리큐어가 아니다. 고 한다면, 나름대로 주장을 이해할 순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동의는 못하더라도 그 사람이 싫어하는 이유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습니까? 무언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건 철저하게 그 사람 개인의 성향인거니까요.

저에게 프리큐어 시리즈는 육탄전이 아이덴티티이기는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항상 여아들을 위해 만들어온 시리즈라는게 더 큰 대전제입니다. 이 대전재도 육탄전과 마찬가지로 초대부터 계속 이어져온 프리큐어 시리즈의 또다른 아이덴티티예요. 그래서 육탄전을 버린 키라프리는 그래도 좋아할 수 있지만, 제일 중요한 여아들을 뒷전으로 돌려버린 허그프리는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앙리가 프리큐어로 변신할때, 전세계인이 프리큐어가 될때, 하나가 분만실에서 비명지를때, '우와 이런장면이 나와도 정말 괜찮아?' 라는 생각이 한순간이라도 들었다면, 제가 말한 배신감의 이유를 조금이나마 느끼신거라 생각합니다.

여아애니면서 정작 여아에 대한 존중보다는 제작진이 자기들 하고 싶은 말을 더 크게 외쳤던 허그프리. 지금까지 보아온 프리큐어 시리즈 중 단연 최악이었습니다.

후...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이 감상도 신작 스타 트윙클 프리큐어가 시작하고, 그 1화를 본 다음, 허그프리 총평과 트윙클 프리큐어의 1화 감상을 같이 썼겠지만, 허그프리가 프리큐어 시리즈의 근간을 흔드는 짓을 해버리는 바람에, 제 마음속에서 전체적으로 프리큐어 시리즈 자체에 현자타임이 와버렸습니다.

허그프리를 생각하면 화가 나고 열받아서, 순수한 마음으로 트윙클 프리큐어를 즐길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럴때는 프리큐어 IP자체에서 좀 떨어져 진정하는 것밖에는 해결책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당분간 스타 트윙클 프리큐어의 감상을 쓰긴 힘들 것 같아 아직 방영하기 전인 지금 써봅니다.

별 것도 아닌걸로 과몰입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프리큐어 시리즈는 근 몇년간 제가 다른 취미생활을 죄다 접어가면서 유일하게 몰두했던 시리즈입니다. 그래서 그 배신감이 여간 크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별거 아닐지 몰라도, 저에게는 꽤 중요한 문제입니다. 욕을 하셔도 상관은 없지만, 이렇게라도 토해내지 않으면 스스로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정도로 며칠간 너무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이런형식으로 글을 남겨봅니다.

ps. 전 본문에서 허그프리가 잘만들었니 못만들었니 작품 내적인 평가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허그프리의 잘 만든점, 장점을 아무리 이야기하신다고 해도 제 말과는 완전 핀트가 어긋난 다른 이야기가 될 뿐입니다. 전 허그프리가 못만들어서 싫어한다는게 아닙니다. 작품의 장단점 이전에, 제작진이 여아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가 맘에 안든다는 것이니까요. 그냥 이런 미친놈도 있구나.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린이날 셀프선물 '콜트 1911 샬롯 E 예거 커스텀' 모형

아직도 정신못차린 어른이로서 매년 어린이날이 되면 소박한거라도 스스로에게 하나 선물을 해줘야 합니다.

보통은 그 핑계대고 사고 싶었던 장난감 사는거지만요.

어느새 그게 반쯤 의무(?)처럼 되어서 이 시기가 되면 마땅히 사고 싶은게 없을때도 뭔가 하나는 사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쓸데없이 웹을 뒤적거리게 되었는데요... 올해는 그렇게 서핑을 하다가 이런 물건을 보고 말았습니다.

콜트 1911 샬롯 E 예거 커스텀


일본의 에어건회사 웨스턴암즈에서 한때 한정판으로 판매했던 물건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발매했던게 2012년이고 가격도 무려 4만엔을 호가하는 물건! 당연히 신품 재고는 없고, 사려면 중고품이 있나 뒤져보는수 밖에 없는 상황! 거기다가 우리나라는 에어건관련 법이 아주 재밌게 되어있기 때문에 설령 운좋게 중고물품을 구한다 하더라도, 통관과정에서 세관에 100% 압수됩니다. 그야말로 그림의 떡 중의 떡!

정말 구하려고 한다면 일본 현지에 브로커를 통해 중고매물을 확보한다음, 일본에서 컬러파츠&파워다운 개조를 하고! 세관에 통관 신고와 총포협회에 심사신청까지해서 모의총포가 아니라는 감정서를 받아낸 후 관세사를 통해 관세를 내고! 가져오는 수 밖에 없는데...

우와.. 총가격도 총가격이지만 부대비용이 얼마나 더 들어갈지 견적도 나오지 않습니다. 하하... 물론 그것도 어디까지나 중고매물이 있다는 가정하에 이야기지만요. 현실은 중고가 언제 있을지 알수도 없는 상황...

그래서 군침을 삼키며 포기할 수 밖에 없나... 하고 있던 찰나...

...그냥 만들어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질병이지요. 못사면 만든다--;;;

콜트 1911같은 경우는 워낙에 유명한 총이라서 국내에서도 꽤 여러모델이 나와있으니까 구하는데 별로 어려움은 없을겁니다. 몇몇부분만 어떻게 처리하면... 이거 만들수도 있겠다? 싶어지더군요. 그래서 가능성을 타진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가장 쉽게 떠올릴수있는 선택지는 토이스타의 콜트1911이겠지요. 국내 에어코킹건중에서도 꽤 좋은 평가를 받고있는 모델이고 구하기도 쉽고... 아카데미는 싼가격을 표방한 나머지 디테일이 너무 싼티가 나기 때문에 토이스타에 비할 물건은 아닙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토이스타는 한번 발매했던 제품을 개수해서 재발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이 콜트도 2000년대 초반에 첫상품이 나온 후에 크게 한번 개수가 되어 현재 팔리고 있는 모델은 속칭 신형. 슬라이드 스톱 기능이 추가된 모델입니다.

기능이 추가되면 좋지 뭐가 문제야? 할 수도 있긴 합니다만, 그 기능을 추가하면서 슬라이드 홈이 실물과 완전히 다른 위치로 옮겨졌다는게 문제지요.

빨간원 부분입니다. 위의 모델건과 비교해보면, 작은 반원홈이 아예 사라지고, 그위치로 스토퍼 홈이 옮겨졌습니다. 에어코킹건은 실린더 크기 때문에 슬라이드가 일정거리이상 후퇴가 안되는데 그 때문에 스토퍼가 걸릴 홈을 옮긴거지요. 디테일을 일부 포기하고 기능성을 추구한건데... 가지고 놀기는 좋습니다만, 보고 즐기기에는 마이너스지요.

이번에 제가 만들고 싶은 총은, 설령 완성했다 하더라도 실제로 쏘고 노는것 보다는 그냥 모셔놓고 감상하는 목적이 더 강한 물건인데, 이런 디테일의 차이는 무시하기가 힘듭니다.

집에는 십수년전에 사놓은 콜트 구형이 있긴 합니다만, 이젠 구할 수 없는 구형을 뜯어서 개조하는 것도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그냥 포기해야하나... 하던 차에 뭔가 재밌는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토이스타 콜트 1911 14세용!

2012년에 토이스타에서 청소년용으로 20세 이상 콜트 모델을 파워다운&올플라스틱 사양으로 발매한적이 있더군요. 가격도 1만원. 인터넷몰에서 7300원에 파는걸 낼름 줏어왔습니다. 슬라이드 모양도 실물형태의 홈이니까 제가 고민했던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었습니다! 게다가 더 싸게!! 만세!!

이걸 사서 배송받은게 5월 5일. 딱 어린이날 셀프선물이 되었습니다. 물론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지만요.

열고

꺼내봅니다.

별다른건 없습니다. 20세용 콜트랑 기본적으로 같은 물건인데 올 플라스틱으로 되어있어서 무게감이 전혀 없다는 것. 스프링이 약화되어있어서 장전시 손맛이 덜하다는거... 뭐 이정도. 대신 그립은 커스텀 그립으로 독수리 문양이 멋지게 장식되어 있어서 보는 맛은 있습니다. 제겐 쓸모없지만요^^;;;;;


본격적으로 작업하기 전에 토이스타 구형과 같이 놓고 찍어 봅니다. 겉보기는 별로 다르지 않지만 무게감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번에 사용할 재료들입니다. 아무리 싼맛에 샀다곤 하지만 역시 청소년용은 너무 가볍기 때문에, 십수년전 콜트에 옵션 메탈파츠를 장착해주고 떼어뒀던 금속부품들을 이놈에 이식해주기로 했습니다. 안버리고 놔뒀더니 이렇게 쓸 일이 생기네요. 하하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청소년용 콜트는 제 손에 들어온지 하룻만에 원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뜯어 발겨지게 됩니다.

맨 먼저 작업할 부분은 그립. 사진의 총은 그립에 501 스트라이커 위치즈 부대 마크 메달이 붙어있습니다. 실은 토이스타가 콜트를 발매할 당시에 야심차게 커스텀 그립도 꽤 많이 발매 했었는데요. 그중에는 이렇게 가운데 메달이 붙은 그립도 팔았었습니다. 그걸 사면 문제가 간단하게 해결되겠지만... 지금은 재고도 잘 안보이고, 무엇보다 그립하나가 12000원이라는 가격이라서, 7300원 주고 산 총보다 더 비쌉니다.--;; 왠지 기분이 나쁘지요.

그래서 그냥 구형 콜트의 그립을 떼다가 가운데 디바이더로 원을 파준 다음...

메달이 들어갈 부분을 파줍니다.

이렇게 두 개를 다 파줍니다.

파는 동안에 그냥 사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안든 것도 아니지만, 이미 되돌릴 수는 없으니 그냥 울며 겨자먹기로 묵묵히 팠습니다.

그럼 이제 몸체와 슬라이드에 있는 각인을 퍼티로 꽉꽉 메워줍니다. 상당히 상세하게 각인이 되어있지만, 다 필요 없어요.

그리고 그립결합부 나사홈 모양이 맞지 않길래 잘라내버립니다. 커스텀 그립이 노멀 그립보다 두꺼운 모양이라서 홈이 너무 길게 나와있었습니다.

그리고 퍼티가 다 굳었으면 사포질을 해줍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각인에 색깔을 넣은게 아니라, 각인을 메워 없앤겁니다. 각인에 흰색을 넣는 분들도 계신걸 생각해보면, 그냥 이대로 써도 이쁠 것 같긴 했지만 지금 작업은 그게 목적이 아니니 계속 진행합니다.

자 이제부터는 각종 자잘한 장식물을 만들차례.

샬롯 E 예거 이름판은 0.5mm 플라판에 이미지를 프린팅한 종이를 붙인다음 커팅합니다.

플라판이 얇아서 한번 잘랐던걸 사포질 하다가 부러트려먹고 한번더 작업했습니다. 어흐흑...

그리고 위치즈 부대마크와 샬롯의 이미지 앰블럼은 투명한 돔으로 살짝 튀어나와 있는 형태라서, 어쭙잖게나마 그 형태를 만들어봅니다. 사실 성공할지 어떨지 반쯤 도박으로 시도해봤는데...

완성품이 생각보다 얇긴 하지만 대충 쓸만하게는 나왔네요. 아쉬운데로 이걸로 타협하기로 하고...

이번 작업에 사용할 데칼을 만듭니다. 이렇게 많이는 필요없지만, 혹시 실수할지도 모르니까 그냥 넉넉한 갯수로 프린트 합니다. 뭐 이짓도 다 이 데칼용지가 남아있어서 시작한 짓이었습니다. 아이마스 비행기의 여파는 오래가는군요.^^;

샬롯의 명판은 금색으로 칠을 한 후에

데칼을 붙이면 완성입니다.

다른 앰블럼들도 만들어둔 돔에 데칼을 붙여서 마무리 합니다.

그럼 그동안 작업해둔 부품들을 모두 모아봅니다. 칠하는 장면은 사진으로 남기기 힘들어서 그냥 패스했습니다. 검은색은 모형용 미스터컬러. 은색은 공업용 락카스프레이로 작업했습니다.

그럼 각종 부품을 대충 위치에 놓려놔보고...

붙여줍니다. 접착제는 뭘로 붙일까 고민을 좀 했는데... 특성상 순간접착제 같은걸 썼다가 한번이라도 삐끗하면 도장면도 작살나고 앰블렘도 날려먹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에 고민끝에 목공용본드를 물에 희석해서 붙였습니다. 이러면 흘러내려도 물로 닦아낼수있고, 위치가 좀 어긋나도 마르기전엔 옮길수도 있으니까요. 다행히 사고는 좀 있었지만 수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놈의 수전증... 덜덜덜...

그리고 장난을 조금 칩니다. 아무리 몇몇 부품을 금속으로 바꿨다곤하나 그정도로는 역시 너무 가볍지요. 그래서 빈 공간에 무게추를 넣어줍니다. 여러가지 방법을 고민해봤지만 역시 이 방법이 제일 간단하더군요. 사용하는 재료는 납땜용 실납입니다. 근처 철물점에 가면 파니까 쉽게 구할 수 있고, 싸고, 무겁고, 무엇보다 가공이 쉽습니다. 손으로 쉽게 구부려지니까 이리저리 구부려서 빈 공간에 꽉꽉 채워주기가 쉽습니다. 이번에는 그립안쪽과 탄창의 일부분, 그립세이프티와 스트랩홀더 부품 안쪽에 와장창 집어 넣습니다.

그리고 부품들을 조립해주면...


쨔잔 완성 입니다!

앞면입니다.
뒷면입니다.

...총은 너무 단순해서 별로 보여줄 부분이 없군요. 하하

시작할때와 마찬가지로 구형 콜트와 같이 찍어봅니다. 자기 그립을 뺏겨버린대신 구형에는 청소년용에 있던 커스텀 그립을 이식해주었습니다. 쪼끔 아쉽긴하지만 노멀그립은 옵션부품으로 파는 물건이니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사서 달아주는걸로하고 지금은 이렇게...



그리고 참고한 사진을 보니 바렐은 본체와 다른 색이길래 저도 나름대로 광도가 다른 은색으로 바렐을 칠해줬습니다. 이 모델은 슬라이드 스톱이 안되는 모델이니까 강제로 손으로 잡고 찍어 봅니다.

또 중요한 것 한가지. 전 어디까지나 오리지널 모델건을 한자루 가지고 싶은 것 뿐이지 범죄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니까 컬러파츠는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에어소프트건을 가지고 놀려면 꼭 지켜야 하는 부분입니다. 꼬우면... 아시죠? 하하

그리고 자료수집차 이미지를 검색하다가 이런걸 발견한김에...

이미지를 적절히 가공해서 프린트한 후, 토이스타 박스를 가지고 온 다음...

붙여서 가짜박스를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완성된 예거 커스텀을 가지고 와서...

박스에 넣어주면, 기분만은 정품입니다?!

실사성능은... 기본적으로 청소년용 모델인데다가, 잡고 당겨야하는 슬라이드에 덕지덕지 장식물이 붙어있기 때문에 솔직히 쏘고 놀 물건은 아닙니다. 가스건이라면 슬라이드 당길 일이 맨처음 장전할때 한번 뿐이니까 크게 상관없겠지만, 에어코킹건은 매번 쏠때마다 당겨줘야하는데 당길때도 신경쓰이고 쏜다고해도 파워가 약하니... 그냥 자기 만족용 눈요기 모델건입니다.

누군가 샬롯의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손에 쥐어주고 사진 찍는 용도로는 쓸 수는 있겠지요.

원래부터 대단한 성능을 바란 것도 아니고, 정품이었다고해도 아까워서 밖에서 쏘고 놀지는 못했을테니, 저렴한 가격으로 자기만족을 할 수 있으면 목적은 달성한 셈입니다.

물건이 도착한게 5월 5일. 커스텀을 완성한게 6월 25일이니까 한달하고 20일정도가 걸렸네요. 물론 그 기간동안 풀로 작업한건 아니고, 대부분의 기간은 스프레이를 칠하고 말린다고 방치했던 기간이긴합니다만...

아무튼 완성품이 나왔으니 건진건 있는 삽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찾아보는동안 또 쓸데없는걸 봐버리고 말았는데...

이런 모델이 샬롯뿐만 아니라, 루키니도 있더군요!

모델이 된 총은 베레타 M1934. ...이렇게되니 이것도 한개 가지고 싶어집니다?

오래전에 모니카라는 회사에서 저 모델을 '포켓스페샬'이라는 이름으로 은장버전을 발매한 적이 있는데, 그 모델을 구한다면 만들어 보고 싶네요. 물론 지금은 중고로도 잘 안보이는 물건이라 아마 구할 일은 없을것 같습니다만... 하하

아무튼 올해 어린이날 선물은 이렇게 해결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년큐어를 보내고, 올해큐어를 맞이하며 ver.2018 애니

올해도 변함없이 찾아왔습니다. 신작 프리큐어!

아마도 프리큐어 시리즈가 끝나지 않는 한 계속될거라 생각하는 짧은 감상 시작해봅니다.


먼저 작년을 책임졌던 키라프리

1화를 봤을 때 '기본적인 구성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기대된다'고 했었는데, 이게 역으로 뒷통수를 칠지는 몰랐습니다.

키라프리는 분명 구성적으로 보면 전체적으로 밸런스와 복선을 잘 사용해서 나름대로 잘 만들어진 이야기적 구성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특히 1화부터 복선을 깔아뒀던 이치카라는 캐릭터의 성격을 마지막회 다른 프리큐어 친구들이 모두 하나둘 떠나갈 때 혼자 남겨진 이치카의 쓸쓸한 모습으로 회수할 때는 정말 제작진이 이 작품을 전체적인 시각에서 장기적으로 잘 짜 맞췄다는 감탄을 했을 정도 였으니까요.

하지만 시리즈 전체를 되돌아보면, 키라프리는 제작진이 준비했던 것 만큼, 생각했던 것 만큼의 내용을 표현해내는데는 살짝 실패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완전실패까지는 아니고요. 살짝 아쉬움이 남을정도라고 할까요.

구체적으로 말을 하자면, 1화에서 이치카는 동물의 컨셉을 살린 전투씬을 보여줬습니다. 토끼의 움직임과 청각의 활용장면이 그런 예였지요. 그리고 2화의 히마리는 다람쥐다운 재빠른 뜀박질로 캐릭터의 특성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는? 그런 동물적인 컨셉을 살린 전투는 초반 몇편만 나왔을 뿐, 어느순간부터 전투씬은 전부 크림에너지를 사용한 포박 말고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육탄전을 배제한게 잘못됐다는 말을 하는건 아닙니다. 프리큐어에서 육탄전이라고 하는 건, 초대가 본의 아니게 성공할 수 있었던 아이덴티티이긴 합니다만, 전체적인 구성에서 육탄전을 빼더라도 이야기는 만들수 있습니다. 프리큐어라는 작품은,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주고 세상을 지켜주는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라는 틀만 유지한다면 그 속에서 육탄전 자체는 넣든 빼든 크게 중요한건 아닙니다.

주 시청층인 아이들이 좋아만한다면 육탄전 자체가 그렇게 중요한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에는 소재가 디저트, 음식이기때문에 음식 가지고 장난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집적적으로 음식으로 상대를 패는 육탄전 연출을 배제한건 나름대로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제작진이 좀 더 다른방향에서 이야기의 긴장감을 유지할 방법을 고민했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프리큐어는 누가 뭐래도 전투씬이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를 담당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핵심인 위기, 결말 부분을 전투씬으로 꾸며놓은 시리즈라는 말입니다. 발단 전개부분은 주로 일회용 캐릭터들의 사연소개와 그들의 이야기로 베이스를 깐 다음에. 적들이 습격해오고 일회용 캐릭터가 공격을 당하는 부분과 프리큐어가 그들을 구해내는 전투장면으로 위기 절정을 꾸민 다음. 도움받은 캐릭터의 후일담이 결말을 장식하는, 기본적으로 이런 구성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란 말입니다.

그런 구성이 기본인 작품에서, 전투씬의 육탄전을 배제했다면, 최소한 그 육탄전을 대신할 뭔가 다른 연출적인 클라이맥스를 고민했었어야하는데, 그 점에 대한 대책이 좀 부족했다고 봅니다.

초반부는 그나마 그 부분을 '동물적 특성을 살린 전투씬' 이라는 형태로 커버하려고 했습니다만, 어느 순간 그런 연출도 흐지부지되고나니, 결과적으로 키라프리는 맨날 전투한다면서 결박 플레이만 하고 말아... 하는 수준이 되어버렸습니다. 그것도 다섯명의 프리큐어가 죄다 비슷하게 밧줄 공격만 해대니까 더더욱 전투씬에서 위기나 절정을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마카롱의 요요 공격이나 쇼콜라의 판 초콜릿 방패등... 몇가지 차별성을 두려고 한 의도는 읽히지만, 그런 차별성이 전투씬의 클라이맥스에서 확 눈에 띄게 연출된게 아니라, 그냥 자기차례에 저런 공격을 한다...는 수준으로만 연출되어 있어서 별로 인상에 강하게 박히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분명 이야기는 잘 만든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장면적으로 강약조절이 안되어 있어서 한 편을 보고 나도 인상에 남는 장면이 거의 없다는 식으로 밋밋하다는 느낌이 되어버렸습니다.

그게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에피소드가 4화와 9화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4화와 9화는 욕먹을 이유가 전혀 없는 에피소드입니다. 아무상관도 없는 엑스트라한테 왜 스위츠 만들어준다고 고생해? 이런 혹평을 받기도 한걸로 알고 있는데... 사실 프리큐어는 원래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그런식으로 비판을 하면 모든 프리큐어가 욕을 먹어야 합니다. 하트캐치만해도 아무 상관없는 반친구들이나 라면집아들, 떡집아들등... 그런 일회용 엑스트라를 위해서 츠보미가 열심히 뭔가를 만들어주고 꽃을 준비해주고, 그림 도와주고... 그렇게 해왔던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이전시리즈들의 그런점이 욕을 먹지는 않았지요. 그런데 키라프리는 욕을 먹습니다. 바로 그 점이 제작진이 가장 큰 실수를 한 부분입니다. '엑스트라를 도와준다'는 점이 욕을 먹는게 아니라, '왜 엑스트라를 도와주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 욕을 먹는 진짜 이유란 말이지요.

키라프리는 분명히 말해서 기존 프리큐어 시리즈의 기본적인 형태는 잘 계승하고 있습니다. 하트캐치로 치환해보면, 프리큐어들이 지키려는 키라키라루는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마음의 꽃이고, 적들은 그걸 빼앗아서 자기들의 세력을 넓히는데 쓰려고 합니다. 엑스트라는 뭔가를 이유로 프리큐어들과 만나게되고 그녀들은 그 엑스트라를 순전히 도와주고 싶어서 도와주는거지 무슨 장대한 계산을 하고 도와주려는게 아닙니다. 그와중 적이 쳐들어와서 엑스트라의 소중한 마음을 빼앗기게되고, 프리큐어는 변신해서 그걸 되찾아주고 이야기는 마무리...

여기에는 목적성이 원래부터 없었습니다. 프리큐어라는 작품은 원래 그랬기 때문에 여기서 뭔가 목적성을 찾는건 번짓수를 잘못 짚은거지요. 하지만 하트캐치와 키라프리의 결정적인 차이는 구성상의 목적성이 아니라 서사적 연출에 있습니다.

저렇게 프리큐어들이 고생해서 누군가를 도와준다면, 그 사람이 뭔가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거나, 그게 아니라 진짜 일회용 엑스트라라면, 프리큐어가 싸우는 자체에서 '뭔가 중요한 이유가 있으니까 싸우는구나...'하고 느낄수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든 하트캐치에서는 마음의 꽃을 빼앗기게되면, 육체는 봉인되고 마음은 데저트리안으로서 날뛰는 상태가 되지요. 프리큐어가 구해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거기서 끝이 납니다. 그래서 프리큐어의 전투는 비로소 목적을 가지게 됩니다. 세계평화같은 거대한 목적을 제외하고서라도,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해낸다는 일회용 에피소드적 서사가 완성되는거지요.

그런데 키라프리는 엑스트라의 생명이 걸려있지 않습니다. 키라키라루를 빼앗겨도 단순히 스위츠가 망가질뿐이지요. 그리고 적도 좀 파워업을 할 뿐이지 키라키라루가 뭐가 그렇게 중요한건지 잘 느끼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시청자가 보기에는, '키라키라루? 그것 좀 뺏겨도 그냥 스위츠만 새로 만들면 되는거 아냐?' 이런 생각이 들게됩니다. 그러니 전투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느낌이 드는거고, 게다가 그 전투씬마저 육탄전은 아닐지라도 뭔가 화려한 액션으로 눈요기는 해줘야 하는데, 그냥 매번 있는 전투씬이니까 넣는다...같은 느낌으로 밧줄 플레이만 조금 하고 말아버리니, 작품을 전체적으로 봤을때 강약조절이 전혀 없이 그냥 흐르니까 흘러간다는 식으로 지나가 버리고 맙니다.

그러니 한 편을 봐도 인상에 크게 남지 않고, 저런 엑스트라를 왜 도와주는데? 같은 엉뚱한 의문만 남기게 되는거지요. 사실 그 질문은 지금까지 모든 프리큐어 시리즈를 부정하는 질문이 되는데도 말입니다. 하하하...

그렇다고하더라도 저 개인적으로 키라프리는 여전히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제작진이 생각하는 '잘만든 구성'과 시청자가 생각하는 '재밌는 구성'이 서로 매치가 되지 않았다는게 문제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작진이 키라프리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른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 서로가 좋아하는 마음을 키워가는 세상, 그런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주제였고, 키라키라루는 스위츠라는 사물을 통해 형상화된 '다른사람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의 결정입니다. 이치카는 항상 먹는 사람이 행복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득 담아서 스위츠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스위츠 속에는 그 '좋아하는 마음'이 키라키라루로서 가득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빼앗으려는 적들과는 싸울수밖에 없고, 그 키라키라루가 먹는 사람에게도 전해져 세상은 전체적으로 다른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이 넘치는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키라키라루를 저렇게 생각하고 작품을 보면, 제작진이 어떤식으로 이 키라프리를 구상하고 만들었는지 느낄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작품은 절대 못만든 작품이 아닙니다. 특히 이 메세지가 극단적으로 드러나는게 천재 파티시에 시엘이 만든 스위츠보다 동네빵집 이치카가 만든 평범한 팬케이크에서 키라키라루가 더 많이 나와서 시엘이 놀랐던 에피소드와 시엘의 큐어 파르페 각성 에피소드였습니다.

키라프리에서 프리큐어는 다른사람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며, 그런 마음을 세상에 나눠주는 존재라는 메세지.아이들이 모두 프리큐어처럼 다른사람을 서로 서로 소중히 여겨준다면 세상은 한층 아름다워질거라는 메세지를 담은 작품으로서 키라프리는 굉장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도 1화에서 장로가 혼이된 떡밥과 마지막에 최종보스 느와르의 육체일 뿐이었던 엘리시오가 스스로 자아를 가지고 느와르를 흡수하는 장면을, 최종화에 장로의 혼이 빠져나가 남겨진 육체가 스스로 폭주한다는 식으로 회수한 것도 제작진이 전체적인 시각에서 이 작품의 구성을 잘 맞춰놓은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키라프리는 마지막화의 세련미가 돋보였는데요, 전작 마호프리는 맨 마지막화는 거의 버리는 카드로서 신작 프리큐어를 등장시킨다는 것에만 목적을 둔 곁다리 에피소드 였습니다. 그래서 구성적으로 49+1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만, 이번 키라프리는 그 점에서 신작 프리큐어를 소개하는 것과, 키라프리 전체적인 작품을 마무리하는 마지막화를 잘 섞어뒀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신작 프리큐어는 캐릭터 얼굴도장찍기와 전투에서 보이지 않는 도움만을 주는 것으로 작품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고, 키라프리는 키라프리대로 이치카의 성장으로 주 테마로 삼아 작품의 대단원을 잘 마무리 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치카가 꿈에 대해 고민했을때 어머니의 조언, '좋아하는거면 그걸로 됐잖아, 지금 이치카는 충분히 멋진 일을 하고 있어'라는 말이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어떻게보면 전전작인 프린세스 프리큐어를 디스하는 말일 수도 있는데, 확고하게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그 시기는 좋아하는걸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지다는 말. 현실적으로 중학생때부터 하루카처럼 확고한 꿈을 가진 아이는 많이 없을테니 그런 이상적인 아이뿐아니라, 지금 즐겁게 생활하는 아이들 역시 자기길을 잘 걸어가고 있는거라는 현실적인 격려를 해주는 부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다른사람도 그렇게 느꼈겠냐고 물으신다면, 세세하게 보지 않았으면 아마 대충대충 만든거라 느꼈을껄요... 정도의 대답을 할 것 같네요.

이 작품 키라프리는 직접적인 설명 대신에 장면적인 연출로 설명을 대신한 부분이 꽤 많은데, 아마 키라프리를 비판하는 분들은 그런 점을 '설명부족, 억지'라고 받아들였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분들이 작품을 대충대충 봤다고 비판하자는게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 반대로 제작진의 치명적인 실수라는 점을 말하는 겁니다. 아무리 의도가 좋았어도 10명중에 8명이 오해하게 말했다면, 그건 그렇게 잘못 받아들이도록 말한사람이 잘못이라는 말이지요.

생각보다 많이 길어졌는데, 정리하자면 키라프리는 한정된 바구니 안에 많은 것을 담고 싶어한 제작진이 나름대로는 이쁘고 중요한것들을 잘 꾸며서 담아놓긴 했는데, 오히려 시청자들은 공간이 부족하다고 빼버린 것들이 더 신경쓰여서 전체적인 바구니는 신경안쓰이는 모순적인 결과를 낳은 작품...정도로 평가해 봅니다.

그래도 그런 작품의 내적인 구성이야 어떻든, 육탄전이 있든 말든, 유카리 캐릭터성이 오락가락 하건 말건 상관없이 진짜 수요층인 여아들에게는 인기가 있었는지 전체적인 매상은 마호프리때보다도 좀 더 올랐다고 하니까, 키라프리의 시도들은 결코 나쁘지는 않았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와... 키라프리가 생각보다 너무 잡설이 길어져서 힘이 빠지지만 그래도 활력의 프리큐어! 옐의 응원을 받아서 허긋토 프리큐어 감상으로.

드디어 신작 허긋토프리큐어가 시작했습니다. 줄임말은 편하게 '허그프리'로. 물론 이 감상은 늘 그렇듯이 1화만을 보고 쓰는거라 아무런 부담없이 제맘대로 떠드는 감상입니다.

1화의 시작 장면은 아무래도 프리큐어보다 전 세대 작품인 도레미가 떠오릅니다. 키라프리 역시 스위츠가 주제라는 점에서 도레미 3기가 연상되긴 했지만, 작품적으로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는데, 허그프리는 1화 시작, 하나가 자신만의 주문을 외우며 등교준비를 하는 장면에서, '두근두근 쿵쿵,두근두근 쿵쿵'를 외우며 기도 후 등교하던 도레미가 떠오릅니다. 게다가 이후로 등굣길에 지각할 것 같으면서도 쉴세없이 떠드는게... 언젠가 봤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거 완전 스마프리 1화 잖아!!

전 스마프리 1화를 굉장히 높게 평가하는데요. 스마프리라는 작품의 전체적인 평가는 둘째치고, 1화만 놓고 봤을때는 스마프리의 1화가 프리큐어적으로 가장 잘 만들어진 1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역대로 따져도 SS와 고프프리의 1화 정도가 비슷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데, SS는 두 사람을 한꺼번에 소개하려다보니 분량이 약간 부족한 느낌이고, 고프프리는 흔히들 생각하는 프리큐어라고 하기에는 좀 많이 작품 분위기가 순정만화 느낌이 나고 있습니다.

그게 단점이라는게 아니라, 그냥 단순히 '프리큐어' 하면 떠오르는, 대충 적들 등장하면 여자애들이 변신해서 투닥거리고 싸우는 작품...정도를 생각했을때, 클리셰적으로 잘만든 구성을 뽑는다면 스마프리가 가장 밸런스가 좋다...는 말입니다.

허그프리는 그런 스마프리1화를 다시 보는 느낌이 들정도로 밸런스가 좋게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실 처음 작품의 총감독을 사토준이치가 맡는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부터 대충 예상한 일이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 작품은 나와봐야 아는 거다는 생각을 하고, 기본적으로 제작진만 보고 작품을 미리 판단하지는 말자고 생각합니다만, 사토 준이치 감독정도 되면 그 간의 업적이 있으니까 좋든 싫든 믿음이 갈 수 밖에 없긴 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인생작으로 꼽는게 도레미이고, 90년대를 휩쓸었고 지금도 인기가 남아있는 작품이 세일러문이며, 프린세스 츄츄며, 카레이도 스타, 아리아까지... 누군가에게 인생작이라고 꼽히는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낸 감독이니까 처음부터 못만들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잘만든거 한 두 작품을 내는 감독은 많지만, 잘만든 작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감독은 드뭅니다. 사토 준이치 감독은 그 드문 감독 중 한명이고, 그런 의미에서 허그프리 1화는 전혀 놀랍지도 않고, 예상대로 잘 만들어진 1화 였습니다.

놀라울정도로 잘 만들어졌지만 놀랍지 않다는점이 좀 재밌기는 하네요.

그렇다고 사토 감독 찬양을 하자고 이 감상을 쓰는건 아닙니다. 실제로 총 감독이 사토라고는 해도 1화 연출은 다른사람이기도 하니까요. 1화 완성도에 사토 감독이 얼마나 관여했는지는 모르는 거니까 1화만으로 사토감독 만세~ 이런걸 외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잘나온 것 때문에 허그프리가 더 불안불안합니다.

허그프리의 주요 테마는 미래. 그리고 육아. 입니다.

프리큐어들은 미래의 직업을 형상화한 폼을 하고 있고, 그와는 별개로 신비한 아기 허그땅을 키우는 구도가 되어있습니다. 아마도 적인 쿠라이아스(어두운내일)사는 사람들의 미래를 빼앗으려고 행동을 하는 것같고 프리큐어는 그것을 막겠지요. 그리고 허그땅을 순조롭게 키워내 뭔가 추상적이지만 모두의 미래를 지켜내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이런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를 놓고 보면, 아무래도 같은 주제를 다뤘던 스마프리가 떠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스마프리 당시에는 현실적인 벽을 넘어서지 못한 나머지, 메세지가 마지막에 우울해졌었는데, 허그프리는 그 메세지를 과연 잘 살릴수 있을지 다시금 기대를 하게 해주는 면은 있습니다만...

육아라는 점에서 역시 좋든 싫든 사토 감독의 예전작품 도레미 샾이 생각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번작의 주인공 이름이 '하나'고, 도레미 샾에서 키웠던 아기 이름도 '하나'였지요. 이건 뭐 생각하지 말라고해도 생각이 납니다. 오히려 의도한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허그프리가 잘 만들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전혀 다른 걱정이 생깁니다.

결국 사토 감독 전작들의 동어 반복이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요.

사토감독의 전작중에 신비한 별의 쌍둥이 공주라는 작품이 있는데, 분명 자체적으로는 잘 만들어진 작품이긴 합니다만, 기본적인 이야기 틀은 꿈의 크래용 왕국과, 작품적인 메세지는 도레미와 똑같았습니다. 그 두 작품들은 모두 사토 감독의 전작들이었고요. 그래서 분명 잘만든 작품이긴 하지만, 이전 작품의 재탕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괜히 걱정되는건 이 점입니다.

이 허그프리라는 작품이 스마프리의 큰 틀을 기반으로 도레미 샾의 메세지를 재탕하는게 아닐까하는 걱정이 든다는 거지요.

물론 그렇더라고 별로 상관없는 일이긴 합니다. 이미 도레미도 18년이나 지나버린 오래된 작품이고, 스마프리는 프리큐어의 클리셰를 가장 잘 따르는 작품이었으니 그 구성을 다시 쓴다고해도 별로 문제될 것도 없습니다. 올해 허그프리를 보는 주 시청층인 아이들중에 도레미를 본 아이들은 0%일꺼라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분명 허그프리는 잘 만든 작품이 될거라 예상합니다. 그건 1화의 구성만봐도 알수 있습니다. 캐릭터 디자인도 너무너무 예쁩니다. 역시 스마프리때 미려한 디자인을 보여줬던 카와무라 토시에 디자이너니까 믿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화려한 액션씬의 부활로 주시청층 외의 반응도 아주 좋고 주 시청층인 아이들의 반응 역시 이벤트 증정 DVD가 단시간에 동날정도로 폭발적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허그프리는 제작진, 작품구성, 장면연출, 외적반응 모든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멋지게 스타트를 했습니다. 전작이었던 키라프리와 전전작이었던 마호프리는 꽤나 파격적인 시도를 하는게 많이 보였지만, 그 점에서 허그프리는 오히려 왕도적으로 프리큐어 다운 1화를 보여줬습니다. 이렇게만 나간다면 고프프리 이후로 또 제대로 완성된 작품이 나올거라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그래서 작품적으로 크게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단지 개인적인 제 마음 속에서 허그프리가 사토감독의 이전 작품들의 자가복제에 불과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는것 뿐입니다.뭐 그거야 저 개인적인 걱정일 뿐이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은 들겠지요. 물론 그것도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우려라는 것뿐, 반드시 그렇게 될거라는 저주의 말인건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봤을때 허그프리는 분명 프리큐어의 클리셰를 잘 살리며 깔끔한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 될 가능성이 보입니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1화 방영후의 반응도 엄청난걸 보면, 어쩌면 프리큐어 시리즈를 다시 100억엔대 매출로 끌어올리는 제2의 전성기를 장식하는 작품이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 장밋빛의 미래를 기대하게 해줄정도로 허그프리 1화는 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1:1비교로 무조건 허그프리가 고프프리보다 낫다는 말을 하겠다는건 아닙니다. 누구나 가중치를 어디에 두냐에 따라 가장 잘 만든 1화는 제각각일 수 있습니다. 제 기준으로 작품 개개의 개성을 제거하고 구성적 클리셰만 따졌을때는 허그프리 1화가 역대급이라는 말입니다.

누구도 미래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거지만, 허그프리가 그 슬로건처럼 아이들의 미래를 밝게 비춰주는 작품임과 동시에, 프리큐어 시리즈의 미래도 비춰주는 작품이 되어주길 기대해 보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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