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탁에서 역만 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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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시작? 사실은 무계획! 빛의 전사 프리큐어 애니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프리큐어 시리즈 감상 제 3탄. 이번에 이야기해 볼 작품은 모든 시리즈가 시작된 근원. '빛의 전사 프리큐어'입니다. 타이틀은 국내에서 정식으로 방송했으니 그 타이틀을 쓰겠습니다. 핫핫. (이하 '초대').

앞으로 언급할 내용에는 솔직히 말해 초대 프리큐어를 상당히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내용이 종종 들어 있습니다. 전 개인적인 호불호와, 작품의 객관적인 평가는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라서, 객관적으로는 B급이라고 평가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작품도 많고, 반대로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작품도 많습니다. 아무리 대단한 작품이라도 비판할 곳은 비판하고, 칭찬해야 할 곳은 칭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대는 그 점에서 꽤 극과 극을 달리는 작품입니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프리큐어 시리즈'는 무시하지 못할 거대한 컨텐츠로 자리 잡았고, 그 시리즈를 만들어낸 초대가 대단한 작품이긴 합니다만, 마냥 대단하다고 칭찬만 하기에는 눈에 확연히 드러나는 약점이 너무나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오 초대 오오', '초대 느님이 짱. 다른거 깝 ㄴㄴ'..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더 이상 읽기 전에 한번 스스로를 돌이켜보고, 어느 정도 초대를 비판해도 참을 수 있겠다 싶은 분만 읽어주세요^^; '감히 초대를 까다니 용서 못해'라고 생각하신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뒤로를 눌러주세요. 물론 제가 아무리 까니 어쩌니해도 이 또한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 전 감상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작품 감상에는 '정답'이라는게 없습니다.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나보구나' 정도의 감각으로 심심풀이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어.. 끝났네? 뭔가 만들긴 해야겠는데... 뭘 만들지? ...준비 안된 시작.

2004년 2월, 이제는 업계의 전설이 되어버린 작품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평범한 중학교 2학년생인 '나기사'와 '호노카'가 어느날 우연히 신비한 힘으로 전설의 전사 '프리큐어'로 변신하여 악당들과 싸운다는, 전형적인 '전투 변신소녀' 포멧을 띈 '프리큐어 시리즈'. 그 대망의 첫 작품, 바로 '초대 프리큐어'의 출발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역사적인 작품의 시작이라고 보기엔, 처해있는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제작사인 '토에이 애니메이션'의 바로 직전의 작품이었던 '내일의 나쟈'가 예상보다 매출이 너무도 안 좋았기 때문에 시리즈화를 하지 못하고 종료하게 되는 바람에, 급하게 후속작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지요. 게다가 '나쟈'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진 것인지, 상층부에서 책임을 물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프리큐어 이 전에 5년 넘게 '일요일 아침 8시 30분' 시간대를 책임졌던 제작진이 전부 갈려버렸습니다.--;

그 결과 아무런 준비없이 맨 땅에서 새 작품을 만들어야 했던 신규 제작진이 급하게 만든 작품이 초대 프리큐어 입니다.

말도 안돼!!!

그런 '준비 안 된' 부분은 첫 장면에서부터 바로 눈에 보입니다. 일단 다른건 다 제쳐두고서라도, 화면의 질이 너무 떨어져요. 그냥봐도 촌티나는 화면과 색감은 정말 2000년대 중반 작품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 입니다. '에이 10년이나 전 작품인데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래'..라고요? 아뇨, 바로 전작이었던 '나쟈'와 그 전작이었던 '도레미'와 비교해봐도 확연히 화면 질이 떨어진걸 느낄수 있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97년작이었던 '꿈의 크래용 왕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이야기 플롯은 '평범한 여중생이 변신해서 악당들과 싸운다'...는 '세일러문'의 기본 플롯과 전혀 다른게 없습니다. 새 작품을 하긴 해야하는데, 뭘 해야할지 전혀 몰라서 '그냥 제일 쉽게 떠오른걸 만들자'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정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게다가 '변신소녀'를 만들기로 한 것 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지휘봉을 잡은 '니시오 다이스케'를 위시한 새 연출진이 '여아용 애니'를 한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경험부족'이 변신씬에 적나라하게 나타나있지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초대'의 변신씬은 정말 말 그대로 '수준이하' 입니다. 변신 대사를 외친 후, 나기사의 팔부터 단계적으로 전투의상으로 바뀌는 멋이라곤 하나도 없는 연출은, 분명히 말해, 우리나라의 99년작 특촬물 '지구용사 벡터맨'의 변신장면과 똑같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똑같습니다--;

2004년에 만들어진 일본애니가, 1999년도 우리나라의 초기 특촬물과 같은 수준이란 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말하는건 너무 한 것 아니냐고요? ...하지만 사실인걸 어떡하겠습니까. 초반에 이 작품이 전혀 준비 안된 채 시작했다는 사실은 엔딩에 그 증거가 남아 있습니다.

2화 엔딩 中

3화 엔딩 中

...보시다시피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적 간부들의 색 지정이 도중에 바뀐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당장에 나오는 피사드를 제외한 다른 간부들은 좀 더 있다 나올테니, 색지정도 좀 있다 하자..뭐 이런 상황이었다는 걸 자백하는 셈이지요. 게다가 피사드를 빼면 다른 간부 네명은 '백은의 거한', '푸른 꼬맹이', '빨간 여자', '검은 청년'으로 '사쿠라대전'과 노골적으로 똑같습니다. 물론 '사쿠라대전'을 보고 베꼈다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정형화된 구성이라는 말이지요.

거기다가 애초에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거라서 매 화마다 내용을 채우기도 힘들었는지, 드래곤볼에서 늘여먹을 때 자주쓰던 '회상'을 매회 써먹습니다. 동화수도 줄이고 시간도 때우고, 화면에서도 싼티가 물씬 풍기는데, 내용에서까지 제작비를 절감하려는 노력이 팍팍 느껴져서 좀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이렇듯 초대 프리큐어는 정말 아무런 준비없이, 아무런 계획없이 일단 급한대로 아무거나 만들고 보자는 식으로 시작한 작품이었습니다.


2. ..이게 성공할 수 있으려나?

그렇게 대책없이 시작을 했기 때문에, 토에이 내부에서도 과연 이게 성공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당장 피사드를 보면 그 점을 알 수 있는데요. '프리큐어 시리즈의 최초 악역'이라는 영광스런 타이틀을 보유자인 '피사드'는 사실 역대 악역 중에서도 제일 불쌍한 캐릭터입니다. 등장한지 5화만에 죽었거든요. 이 녀석을 왜 이렇게 빨리 죽일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는 간단하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악의 간부가 5명이니까 각자 5화씩하면 모두 쓰러트리는데 대충 2쿨 분량이 나온다는 계산이 성립합니다. 즉, 혹시라도 이 작품이 실패 할 경우 2쿨 안으로 마무리 짓고 다른 노선을 모색해보려고 했다는 정황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만약을 대비한' 전개는 구성에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실 초대 프리큐어의 이야기 구조는 '쟈아쿠킹'이 한번 죽는 26화로서 깔끔하게 완결이 나버리는 구조거든요. 처음에 떡밥을 던졌던 '7개의 프리즘 스톤'이나 쟈아쿠킹과 여왕님의 참전. 프리큐어와 빛의 정원의 관계등. '악을 물리치는 정의의 전사'라는 평면적인 이야기의 몇 안되는 떡밥이 26화까지해서 모두 다 소진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26화 이후의 새로운 3간부 등장부터 마지막회까지는 별다른 떡밥 없이 늘여먹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구성이 되어버렸지요. 처음엔 실패했을 때 빨리 노선 변경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 시킨건데, 이게 나중에는 구성상의 허술한 전개로 되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여아용 작품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제작진은 팔아먹을 '완구'도 뭘 만들어야 하는지 감을 제대로 못잡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단 '변신기'는 그렇다치지만, 흔히 사용하는 '필살기용 무기'같은건 만들 생각을 못하고, '프리큐어 수첩'이니, 17화에 한번 등장한 후 제작진도 43화까지 존재를 잊어버리는 잉여 아이템 '프리즘 러브 체커'같은 걸 내놓습니다. 중간에 파워 업 아이템으로 나온 '프리큐어 레인보우 브레스'도 완구라는 측면에서보면 팔에 차기만 할 뿐 그다지 '장난감'으로서의 기믹이 없는 애매한 물건이었지요.

양쪽버튼을 누르면 빛과 소리가 나옴. 의미는 없음. 쿨럭 쿨럭

또한 연출과 작화의 언밸런스도 문제였습니다. '연출'이 쉽게 말해 애니에서 '이야기'와 '화면'을 지시하는게 일이라고 한다면, '작화'는 연출에서 지시한대로 그걸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게 일이지요. 문제는 바뀐 연출진에 작화진이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는 겁니다. 초반 피사드의 에피소드들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는데요. 지금은 흔히 '초대는 액션, 박력이 최고'라는 평을 합니다만, 실제로 저 평을 보고 초대를 보면 굉장히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액션'이 '동화'와 따로 놀거든요--;

액션에서 중요한 건 '임팩트'와 '속도감'입니다. 때릴 때는 때리는 부분의 클로즈 업이나 과장된 구도같은 임팩트있는 화면과, 동시에 맞거나 피하는 등 날아갈때는 휙휙 빠르게 날아가는 속도감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초대의 초반부 전투를 보면, 이 '액션'이 전혀 안 느껴집니다. 프리큐어들이 어떻게 맞는지, 어디를 때렸는지 모를정도로 때리는 부분에선 엉뚱한 부분을 클로즈업 하고, 맞고 날아 갈 때는 쓸데없이 동화를 많이 넣어서 천천히 날아가는 등. 연출진이 원한 장면과 작화진이 실제로 그려낸 장면사이에 갭이 너무나도 큽니다. 이건 여아용 애니를 한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었던 연출진이 별 생각없이 액션을 과도하게 넣은 탓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여아용 애니만 그려왔던 작화진이 연출진의 요구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연출진과 작화진이 서로서로 신나게 헛발질만 했다고 할 수 있지요. (제작진이 전부 갈렸다고 했지만, 작화진은 '나쟈'를 만들던 예전 그대로 였습니다.)

거기다가 너무 쟈켄나를 없애기만 하는게 단순하다고 생각했는지, 괜히 연출의 다양화를 꾀 한다고 '레인보우 테라피'라는 정화기술도 만들었지만... 실질적으로 쟈켄나를 없애는 거냐 정화하는 거냐 말고는 내용상에서 아무런 차별점도 두지 못했기 때문에, 딱 세 번만 나오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잉여 기술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점이 아쉬웠는지 이 기술은 나중에 스마일 프리큐어에서 '레인보우 힐링'으로 오마주 되지만.. 스토리상으로는 아무런 필요가 없는 잉여기술이었지요.

이렇게 초대 프리큐어는 만드는 측에서 경험도, 확신도 없이 진행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허술하고, 무리수가 많은 애매한 구성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3. 대격변. 이거.. 나기사꺼지?

사실 제 입장에선 초반부의 다채로운 헛발질과 싼티나는 화면, 촌스러운 변신씬을 보면서, '내가 이걸 왜 보고 있나'하는 자괴감까지 들었습니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좋은 부분이 없었지요. 하지만 저의 이런 평가를 단 한방에 날려버린 편이 있었습니다. 바로 8화, '프리큐어 해산? 솔직히 너무 빨라!'편이 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나기사와 호노카가 프리큐어가 되었다'. '악의 간부가 프리즘 스톤을 노리고 공격해온다'. '변신해서 간부를 쓰러트린다'. 정말 이 것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8화에서, 그 간 미적지근했던 '나기사'와 '호노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갑자기 작품에 깊이가 생겨났습니다. 바로 '평범한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표현해낸 것이지요. 자기와는 너무도 다른 상대. 이전까진 말도 제대로 해본 적 없었던 사람과 갑자기 반 강제적으로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동시에 상대를 믿고 함께 싸워야 하는 상황.

친해지기 전에 '유대감'을 먼저 쌓아버린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온도차가 컸습니다. 호노카는 호기심이 많은 성격 덕에, 프리큐어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고, 친한 친구도 적었기 때문에 새롭게 관계를 맺게된 '나기사'를 꽤나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기사'는 생각외로 여린 성격 덕에 '프리큐어'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고, 자기와 달리 너무도 완벽해 보이는 '호노카'에게 열등감도 가지고 있었기에, 호노카를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7화까지 단편적으로 언급된 사실이기 때문에 계속 묻어두면 묻어둘 수도 있는 부분이었습니다만, 8화에서 나기사의 심리묘사를 통해서 확실하게 수면위로 끌어 올립니다. 호노카는 좋아하는 나기사가 후지P 때문에 고민한다는걸 알고 제딴에는 나기사를 도와주겠다고 후지P를 소개해줬지만, 나기사 입장에서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 호노카가 쓸데없이 오지랍을 부려서 후지P선배에 대한 자기 마음을 오해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해버리지요. 그래서 그 열등감에 '너랑은 같이 프리큐어를 할 뿐이지 친구도 뭣도 아니야'라고 폭발해버리게 됩니다.

호노카도 그제서야, '자기가 나기사를 생각하는 것'과 '나기사가 자기를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걸 깨닫지요. 그래서 '역시 이런건 서로 믿을수 있는 사람끼리여야 한다고 생각하고...'라고 하며 나기사에게 밋플을 넘겨줍니다. 나기사도 자기가 심한 말을 했다는 건 알지만, 정말 친한 친구였다면 웃으며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한마디하고 애교 좀 부리면 넘어갈 수 있겠지만, 호노카와는 그런 관계가 아니기에, 뭘 어떡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다음날, 용기를 내서 호노카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호노카 역시 나기사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그냥 피해 다녀버리고 말지요. 이 부분까지 정적인 연출을 통해 세심하게 연출한 심리 묘사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 중에도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게키드라고가 프리즘 스톤을 노리고 공격해오고.. 싸웠건 어쨌건 일단 위기는 벗어나야 했기 때문에 둘은 다시 변신을 합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진심타임. 변신해서 마음가짐이 바뀐건지, 용기가 생긴건지. 서로가 서로에게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두 사람.

전투가 끝나자 마자, 또 언제 그랬냐는듯 어색하게 헤어집니다. 그래도 아무말 못했던 아까랑은 달리 서로 하고 싶은 말을 한차례 쏟아낸 다음이기에 마냥 피하기만 했던 때와는 조금 달라졌지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서로의 수첩을 바꿔서 가져가는 바람에, 둘다 서로 상대방과 화해하고 싶다는 마음은 같다는걸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터져나오는 명대사. '이거.. 나기사.. 꺼지?'

아마도 호노카 인생 최대의 용기를 냈을 순간.JPG

지금까지 '성'으로만 부르던 나기사를 처음으로 '이름'으로 부른 것 이지요. 즉 '난 이미 용서했다, 너와 더 싸울 생각없고, 친구가 되고 싶다'고 용기를 내서 말한 호노카에게 나기사가 똑같은 방식으로 대답합니다. '가자, 호노카',
'무슨소리야, 우린 이미 친구잖아'라고요.

8화는 나기사와 호노카가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을 세심한 심리 묘사를 통해 한편 통째로 할애해서 해준 덕분에, 이전까지 '악과 싸우는 정의의 히어로'라는 단편적인 작품에 '실은 그 히어로가 지극히 평범한 중학생 소녀다'는 사실감을 부여해서 작품에 깊이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뿐만아니라 이 후로도 이 8화에서 있었던 사건을 떡밥으로 20화에서 포이즈니가 변신한 가짜 호노카를 판별해내거나, 33화에서 시호와 리나가 싸웠을 때 호노카가 조언을 해주는 계기가 되는 식으로 써먹는 등, 제작진도 계속 두고두고 우려먹습니다. 그리고 이 이후부터 작화진도 액션에 감을 잡았는지 점점 전투신에서 박력이 느껴지기 시작하지요.

그만큼 초대에 있어서 8화는 테마가 확실하지 않았던 작품에 주제를 부여하고 연출에 전환점이 된 굉장히 중요한 에피소드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8화를 보고 초대를 무조건 인정하기로 마음을 바꿨지요^^;


4. 그런데... 으잉??

시작하기 전에 '바쿠만'에서 편집자 '핫토리 아키라'씨가 했던 대사를 한번 말하고 들어가야겠네요.

'솔직히 우리도 뭐가 히트칠지 꽝 날지 완벽하게 아는건 아니니까, 그걸 알면 신작연재가 그렇게 금새 끝나겠니? 하하하'

....위에서 열심히 설명했다시피, 제작진과 제작사마저 확신을 가지지 못한채 되는대로 만든 '초대' 였지만, 제가 단점으로 지적했던 부분들이 전부 반대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말 그대로 초대박을 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우선 세일러문을 답습한 '전투형 변신소녀'라는 기본 플롯은, 이미 세일러문 이후에 너무도 재탕이 많이 된 요소였기에 아이들이 '가장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포멧'이 되어있었습니다. 게다가 '프리즘 스톤을 빼앗으려는 악의 조직과 그에 맞서 싸우는 프리큐어'라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는 아이들도 쉽게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고, 적 간부가 순식간에 죽어나가는 빠른 전개는 이야기에 속도감을 부여해 박진감을 주었습니다.

게다가 여아용 애니를 만들어본 적이 없었던 감독이, 그냥 자기가 그 것 밖에 할 줄 모르기 때문에 '드래곤 볼'에서 하던 식으로 때리고 차고 부수는 액션물로 만든건데, 시청자들에게는 정반대로 그 점이 기존의 변신소녀들과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차별화'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이런거 본적 없지?!

이렇듯, 제작진은 급하게 뭐라도 만들어야했기 때문에 '가장 익숙한 플롯으로','가장 단순한 이야기를', '가장 잘 할 수있는 방식으로' 만든 것 뿐인데, 이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 기존 '여아용 애니'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작품이 되어버렸고, 동시에 '여아용 애니'의 상식을 넘어서는 공전절후의 대 히트를 기록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런걸 보면 정말 작품을 내놓기 전엔 뭐가 대박인지 쪽박인지 알 수가 없는 재밌는 세상입니다. 하하..


5. 하지만 그 히트가 문제...?

막상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노선 변경을 위해 2쿨정도로 예정했던 플롯에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처음엔 히트할 지 미심쩍어서 짧게 구상한건데, 뚜껑을 열어보니 초대박이 터졌지요. 그래서 최종 보스인 쟈아쿠킹을 쓰러트리고도 1년 분량으로 내용을 늘려야 했기에, 부랴부랴 어둠의 3인조를 추가로 설정하고, 이미 다 모아버린 프리즘 스톤을 다시 흩어버릴 수도 없었기에(드래곤 볼도 아니고!!) 그 힘만 포룬에게 옮기고, 적들은 그 힘을 찾아다니는 전개로 급하게 스토리를 땜빵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사실 메인 스토리는 굉장히 빈약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고, 그 빈약한 메인스토리를 커버하기 위해서, 액션씬 연출을 정말 박력있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초대는 액션! 박력 짱'이라는 평가는 바로 이 2쿨 이후부터와 맥스하트에서 이루어낸 평가 입니다. 개 중에도 28화에서 쟈켄나와의 격투와, 42화 '블랙 무쌍'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멋진 액션이 작렬했던 편이지요.

또한 메인 스토리가 빈약한 대신, 반 친구들과의 학교 생활 부분에 좀 더 이야기를 할애해서, 이 애들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중학교 2학년 생이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 줍니다. 그 것을 통해 '프리큐어'로서 싸우는 이유는 '평범한 일상을 위해서'라는 소박한 작품의 주제를 더욱 명확하게 대비시켜주고 있지요.

그리고 그 점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와서, 초대 프리큐어는 수 많은 변신소녀중에서도 확실히 자기들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독립된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딱 하나 마무리만 빼면 말이지요^^;

원랜 앞 날이 불투명했던 프리큐어였지만, '초대'가 너무 대박이 터지는 바람에 당연하게도 '시리즈화'를 진행합니다. 그래서 후속작으로 '맥스 하트'를 만들기로 결정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그 바람에 정작 '초대'의 마무리가 어쩡쩡해지고 말았습니다.

어차피 다음작에서 쟈아쿠킹과 다시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지라, 최종결전이 엄청 싱겁게 끝나버렸지요. 애초에 26화 중간 결전에서 이미 여왕님의 힘까지 빌려서 뜨거운 전개를 보여줬었는데, 후반부는 처음부터 억지로 늘린 스토리였기에 더 떡밥을 뿌린 것도 없고, 그렇다고 또 여왕님이 강림해봤자 재탕밖에 안되고.. 아무리 쥐어짜도 더 써먹을만한 이야기가 없어서 결국 늘 쓰던 '레인보우 스톰'으로 쟈아쿠킹과 에네르기파 대결 잠깐하다가 쟈아쿠킹이 허무하게 밀려버렸습니다^^;

뭐 그래도 1년간의 대장정을 지켜봐온 시청자 입장에서 나름대로 포룬이 힘을 모아주는 부분도 있고, 블랙과 화이트가 손을 꽉 맞잡는 부분에서 저절로 주먹을 움켜쥐게 될 만큼 박진감있게 연출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합격점 수준은 되는 엔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싸움이 끝난후 영원한 잠에 빠지는 멧플, 밋플과 포룬을 보면 조금 찡~해지기도 하지요.

......그 뒤에 바로 나오는 '맥스 하트' 예고만 없다면요^^;;;;;

안녕... 작별인사를 나누고 영원한 잠에 빠지는 장면을 보고 여운에 빠지려는 순간, 멀쩡하게 다시 깨어나는 '맥스 하트'의 예고가 나오니 제작진이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어처구니 없어서 빵 터지게 됩니다^^; 그나마 좋게좋게 마무리한 엔딩에 반전을 날리는 빵터지는 예고였지요.

영원한 잠에 빠지고도 금방 깨어나는 용사와 공주의 위엄.

한마디로, 나름대로 1년간 어떻게 잘 마무리 했나 싶었는데, 그 인기덕에 의도치않은 반전이 일어나 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핫핫..


6. 그리고 전설로..

길게 설명했지만, 초대는 여러모로 약점이 많은 작품입니다. 전체적인 구성과 연출, 스토리와 화면 어느 것 하나 당시 수준을 감안하고 봐도 특별히 잘 만든 구석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이론적인 부분을 전부 반전시킬만큼 강력한 매력을 가진 작품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매력'이 그 단점들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에 실험적인 성향이 강했던 미완성 작품인 '초대'가 후속작 '맥스 하트'로 이어질 수 있었고, 이후로도 여아용 애니의 판도 자체를 바꿔버린 전설로 회자되며 '프리큐어 시리즈'로 계속 이어질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벌써 초대가 탄생한지 10년이나 지났습니다. 그 동안 프리큐어 시리즈는 좋든싫든 여러가지 시도를 했고, 개중에는 평가가 좋았던것도, 나빴던 것도 많았지만, 초대가 만들어 놓은 기본 틀은 아직도 유지를 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이 시리즈도 계속 되는 변화를 겪겠지만, 언제까지 이 전설이 계속 될수 있을지, 그걸 지켜 보는 것도 한가지 즐거움이 아닐까 합니다. 슈퍼전대, 라이더, 그리고 프리큐어. 앞으로도 이 시리즈들이 아이들에게 언제까지고 꿈과 희망을 주기를 기대해 보며, 길어진 글을 마칠까합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왠지 좋은말보다는 나쁜말을 더 많이 쓴 것 같긴 하지만, 제가 초대를 싫어한다는 오해를 하는 분은 안계셨으면 좋겠습니다^^;

덧글

  • -_- 2013/08/29 18:47 # 삭제 답글

    초딩용 애니 열심히 분석하네 늙은 덕후가 미친듯
  • GGGGG 2013/08/29 19:29 #

    그런 미친덕후 블로그까지 와서 뻘글싸고 가는 당신도 졸라 할 일 없는듯^^
  • Yeonseok 2013/08/29 19:40 # 답글

    아...군대에서 선임이 이것만 보는거 보고 비웃었는데...생각보다 재미있더군요...흠흠
  • GGGGG 2013/08/30 14:13 #

    핫핫 재미있지 않으면 이렇게 오래 살아남지 않았겠지요^^;
  • 聖冬者 2013/08/29 20:44 # 답글

    상관없는 반론을 하자면, 맥스하트는 초대를 뛰어넘는 인기를 얻었고(하트캐치 프리큐어가 나올때 까지는 수익 1위를 놓치지 않았으니...), 특히 샤이니 루미너스의 미친 존재감은 (전투때 잉여 혹은 CC기&버프 셔틀이었어도) 당시 열도의 여자애들에게 절찬리의 인기를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초대는 초대 나름대로 스토리가 완성되어도 좋았겠지만, 님이 말하시는 빵 터지는 장면도 어찌보면 제작진 입장에서 신의 한수였는지도 모르죠.
  • 聖冬者 2013/08/29 20:42 # 답글

    그러고보니 제가 프리큐어에 손댔던 계기도 샤이니 루미너스 성우이신 '다나카 리에' 때문에었죠.. 쓰벌 그 다낚아 여사가 쿠죠 히카리같은 가냘픈 소녀를 연기한다고? 쵸비츠에 치이의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일단 보고 판단해보자 해서 손댔죠. 게다가 호노카 성우인 '유카나'도 있고 ㅋㅋ 나기사 성우인 '혼나 요코'도 있고 등등
  • GGGGG 2013/08/30 14:15 #

    ....갑자기 왜 맥스하트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딱히 맥스하트보다 매상이 높았다고 한 것도 아닌데요...;;; '공전절후'수식어 때문인가요..; 맥스하트이야긴 다음에 해볼일이 있을듯합니다. 하하..

    성우 때문에 작품 고르는 것도 개인의 자유지요. 보게된 계기야 어떻든 재밌게 봤으면 장땡 아니겠습니까.
  • 聖冬者 2013/08/30 14:33 #

    1. 빵 터지는 장면도 어찌보면 제작진 입장에서 신의 한수였는지도 모르죠. 라고 말한 겁니다. 어찌되었든 맥스하트도 잘 된 작품이라..

    2. ㅇㅇ 재미있게 봤음 장땡이죠 ㅋ
  • 잠본이 2013/08/29 23:50 # 답글

    >자기와는 너무도 다른 상대. 이전까진 말도 제대로 해본 적 없었던 사람과 갑자기 반 강제적으로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동시에 상대를 믿고 함께 싸워야 하는 상황.

    ...딱 군대 가는 상황이네요. 이때부터 벌써 예비군의 향기가...!
  • 行雲流水 2013/08/30 01:39 #

    초대랑 프리큐어 5는 진짜로 2년 뛰었죠.

    ...레알 군대네(...).
  • GGGGG 2013/08/30 14:16 #

    그렇군요! 그래서 매년 동원훈련 나와야 하는거 였군요! 그것도 영원히... 왠지 좀 불쌍해지네요..;;;
  • 아즈마 2013/08/30 12:41 # 답글

    그런 의미에서 스플래쉬 스타는 안습...
  • GGGGG 2013/08/30 14:16 #

    안 돼요! SS까지 마세요!! 불쌍한 애들이란 말입니다 ;ㅁ;
  • 24살 2013/10/28 19:24 # 삭제 답글

    나.. 24살인데 프리큐어보고 열광하고 있어요.. 흑흑..
    그래도 너무 잼있는걸 어떡해... ㅜㅜ
  • GGGGG 2013/10/31 10:18 #

    ...전 나이 더 많아요..; 앞으로도 재밌게 봐주세요..;;;
  • 지나가다 2013/11/11 15:43 # 삭제 답글

    감상 잘 보았습니다.

    GGGGG님의 비평관에는 저도 공감합니다.

    초대 프리큐어 팬으로서 다른 감상도 알기 쉽게 잘 쓰셔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만 몇가지 반박을 좀 해보자면...


    우선 '아무런 준비 없이 신규 제작진이 급하게 만든 작품'이란 말씀의 출처가 궁금하네요.

    왜냐하면 일본 위키를 보면 시리즈를 담당한 와시오 타카시 PD와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프리큐어는 처음부터 1년 방송이 결정된 작품이었다고 나오거든요.

    구성이 반반으로 나뉜 이유는 이야기가 늘어짐을 막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합니다.

    후속 시리즈에도 변함없이 쓰이는 구성이기도 하고요.


    또한 프리큐어는 어쨌든 여아용 카테고리에 속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초대도 정말 획기적으로 기존 여아용 아니메의 틀을 깼다기보다는

    기존 틀을 가지고 살짝 비튼 쪽에 가깝습니다.

    새로운 틀을 만들었다기에는 기존 틀에 의존하는 바가 크지요.

    말씀하신 정형화된 구성이나 허술해보이는 이야기 전개 방식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간혹가다 정말 허술한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오프닝이나 엔딩이 수정되는 건

    시간에 쫓기며 만들어지는 일본 애니메이션 특성상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알고 있고요.


    그 외에 지적하신 연출과 동화의 분리들은 준비가 덜 되었다기보다는

    해당 화 연출 담당의 스타일이거나 초창기 작품의 시행착오로 보입니다.

    그런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후에 단점을 보완할 수 있었겠죠


    지나가다 프리큐어 글을 보고 반가워서 좀 길게ㅋㅋ; 글을 남겨봅니다.
  • GGGGG 2013/11/12 10:47 #

    먼저 글을 애매하게 쓴 점에 대해서 사과드립니다. 반박이 있으니 해명도 해야겠네요. 우선 제 글에서 초대가 원래 '반년분'이었다는 언급을 한 적은 없다는 점입니다. '노선 변경'이라는 말만 했지요. 여자 둘이 적과 싸우는 걸로 인기를 얻지 못했다면 나머지 반년 분은 정통 마법소녀처럼 될 가능성을 남겨뒀다는 의미로 '노선 변경'이라는 말을 쓴겁니다. 그리고 반반으로 나뉜 구성은 후속 작품들에도 종종 등장한다고 하셨는데, 그렇더라도 최종보스를 중간에 죽여버리는 구성은 지금까지 초대뿐입니다.(스마일은 초대 오마주니까요.)

    그리고 '틀을 깼다'는 말이 대체 어디에 씌여있는지 궁금합니다, 전 처음부터 세일러문 판박이라고 써놨는데요^^; 감독 특성상 액션성을 중시한 구성덕에 기존 여아용 작품과 '차별화'되었다는 말을 '틀을 깼다'고 받아들이신것 같네요. 프리큐어는 세일러문 이후의 전형적인 전투변신소녀 포멧이지요, 특별히 틀을 깨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오프닝과 엔딩이 수정되는건 시간에 쫒기며 만들어지는 일본애니 특성상 자주 일어나는일이다...고 하신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도 '급하게 만들었다'고 쓴거니까요. 준비 안 되었다는 점은, 색지정도 제대로 안한 채 '시작'했다는 점이 증거로 남아있으니까 쓴 말이었고요.

    그리고 연출 동화 분리가 해당화 연출 담당 탓이라고 하기에는, 초대의 8화까지 전투가 모두 다 엉성하다는 점에서 그다지 설득력이 없습니다. 각 화 연출가가 모두 다른데, 8화까지 모든 전투가 엉성합니다--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확실히 작화파트가 제대로 적응을 못하고 있었다고 보는게 더 말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점은 나중에 작화파트에서 액션에 대한 감을 잡은 후로는 순식간에 발전하는 부분이니까 그다지 문제라고 할 수도 없지요. 전 어디까지나 초반부에 초대가 엉성했던 이유를 나름대로 설명해보고 싶었던 것 뿐입니다.

    나름대로 답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같이 프리큐어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종종 이야기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지나가다 2013/11/12 23:06 # 삭제 답글

    써놓고 보니 엔터를 과하게 쳐서 어쩌나 싶었는데 읽고 답변까지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음. 저도 글을 애매하게 쓴 부분이 있군요. '틀을 깼다'는 말은 쓰지 않았다고 하셨는데요.
    저도 무인 프리큐어가 기존의 틀을 깬 작품이라는 얘기를 본문에서 보고 쓴 것은 아닙니다^^; 틀을 깼다는 얘기도 아니고요.
    그 말은 단지 GGGGG님의 전형적인 이야기라는 지적에 반박하면서 쓴 것으로 무인 프리큐어의 특성을 말하기 위해 쓴 표현입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 뒷내용이었습니다.

    언급했듯이 무인 프리큐어는 '기존 틀을 살짝 비튼 작품'입니다.
    일요일 아침 시간대의 여아를 위한 작품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기존의 틀을 박살내는 시도는 사실 힘들지요.
    때문에 무인 프리큐어 제작진은 기존 틀은 그대로 가져가되, 변형을 가하는 방식을 취한 걸로 보입니다. 언뜻 전형적인 이야기로 보이지만 살짝 꼬였단 얘기지요. 그러면서 액션도 들어간거고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면, 기존의 변신 소녀라면 무언가 필살기 무기를 쓸 타이밍에 손만 앞으로 내밀어서 장풍 비슷한 것을 쏘고, 세일러 문이라면 턱시도 가면 같은 남자 조력자가 나타나서 구해줄 위기의 타이밍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구합니다. 아니면 스스로 방어하거나요. 이런 식으로 자잘하게 변형된 부분이 많습니다.

    8화까지의 느릿하고 엉성한 전투는 이런 기존 변신소녀와 다른 부분을 강조하거나 보여주는 연출로 보입니다. 특히나 1화의 화이트가 느릿하게 공중으로 뜨면서 킥을 날리는 부분과 피사드의 발길질에 블랙이 배를 얻어맞으며 얼굴을 찡그리는 부분이 그렇습니다.
    1화는 가장 처음으로 시청자를 잡는 화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이 1화는 공들여서 무엇보다 화려하게 만들고, 차후에 이어질 이야기의 청사진을 제시합니다. 그런 1화에서 그렇게 느릿한 화면을 보인다는 것은 일부러 그렇게 보여준다는 얘기지요.

    그리고 8화까지 그 보여주기는 이어집니다. 액션 연출만이 아니라 이야기적 의미로도요.
    8화부터는 두 사람이 친구가 아니라는 큰 떡밥이 해결이 되고, 그때부터는 액션도 흐름을 타고 씽씽 잘나가는거죠. 기승전결이란 게 있으니까요. 다른 화도 아니고 말씀하신 8화까지 그랬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의도를 느낄 수 있어요.

    이런 방식이 의식하지 않고 보면 그저 전형적인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못하겠습니다만 그렇다해도 무인이 제작진이 무계획 상태에서 의도치 않게 나온 물건은 아니라고 봅니다. 여기저기에 그에 반하는 요소가 있었지요.
    필살기용 무기를 만들 생각을 못한게 아니라 안 만든거고 마찬가지로 감독 특성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그런 액션 연출을 위해 그 감독을 기용한 겁니다.

    색지정에 관한 건... 당시 제작진이 시간에 쫓겼을 것이라는 추측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두번째 작품인 맥스하트조차도 다른 것도 아닌 타이틀이 뜨는 장면의 망가진 작화로 중간에 오프닝이 바뀌고 수정된 걸 봐서는 단순히 토에이가 제작에 그렇게 많은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니면 니시오 감독과 제작진이 원래 그런 스타일이거나요. 맥스하트란 부제마저도 마감일 직전에 와서야 붙였다고 하니까요.

    더 쓰고 싶지만 지금도 길이가 겁나서 이만 끊겠습니다...ㅋㅋㅋ종종 들릴게요.
  • GGGGG 2013/11/15 14:19 #

    하하 여전히 장문이시군요. 더 했다가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길어질 것 같아서 본문에 있는 한 문장을 인용하고 답글을 갈음할까 합니다.

    " 물론 제가 아무리 까니 어쩌니해도 이 또한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 전 감상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작품 감상에는 '정답'이라는게 없습니다.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나보구나' 정도의 감각으로 심심풀이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차피 제 개인적인 감상일 뿐입니다. 이 글이 모든사람을 납득시켜야할 체계적인 논문인것도 아니고요. 저랑 의견이 안맞으신다면 그걸로 그만, 서로 이게 맞니 저게 맞니 할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작품은 각자 나름대로 방식으로 좋아하면 그 뿐 아닐까 합니다. 물론 진지하게 답글 남겨주신 자세에는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종종 들러주세요.
  • 지나가다 2013/11/17 20:37 # 삭제 답글

    하긴 그렇죠... 아무래도 팬이다보니 흥분해서 그만 글이 길어지고 말았네요^^;
  • dd 2014/06/21 00:16 # 삭제 답글

    뭔가 변신씬이 허접하다 했는데.. 이런 비화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ㅏ ㅋㅋ 뭔가 여러가지 예상한대로 다 맞아떨어지니까 웃기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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